<목차>
1장.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어른들을 믿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은그들을 절망시키는 행위다) 세월호 위에서 교사와 학생들은 어떻게 행동했어야 잘했던 것일까? 나는 최고의 교사(동료를 짓밟고 혼자 잘난 척하는 교사)가 되고 싶지 않다 - EBS '최고의 교사' 시리즈 비판 교육에서 성과급과 교원평가가 통할 수 있을까 - 객관성과 효용성에 대한 의문 진로교육은 직업교육이 아니다 - 중1 자유학기제 비판 지금 필요한 것 제발 교사를 그냥 두라 다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생명 경시 사회 - 당신은 왜 살아남았습니까? 라는 인권 침해 질문 우리가 교육복지를 말하는 이유 - 소수의 성공보다 다수의 행복을 진보교육이 되기 위한 조건 모든 게임은 유해하다? 수학으로 풀어 보는 한국인의 공부 모형과 그 문제 교육 불평등과 입시교육 비판의 모순 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가로막는 장벽들 대한민국 학부모들께 당신은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
2장 . 학교라는 이름의 괴물 꿈이 사라진 사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명함이 아닙니다 학원에서의 체벌과 인권 유린 - 학교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아동학대? 입시공화국, 수학제국 안전한 수학여행은 비싸다, 안전하고 의미 있는 수학여행은 매우 비싸다 스승의 날 노동이 사라진 교육, 교육이 사라진 노동 학부모가 약자라고요? 교육 불가능이 공간, 교무실 (중등 이상) 보편교육을 강화하라 조련할 것인가, 가르칠 것인가 어른 자살이 더 문제다 - 청소년 자살률보다 어른 자살률이 더 놓다(OECD 1등) 학교폭력에 대한 관점을 전환하자 학교폭력과 인권 침해 교육을 조롱하고 행정을 숭상하다 스승은 없고 교사만 있는 학교 '달랑' 수업만 해도 당연히 교사다 교사는 춤추고 싶다 교사의 업무는 교육이다 - 교원잡무경감->교원업무정상화 용어 변경의 의의 야바위꾼들의 학교 좌천된 고등학교 교사가 가는 곳 스펙식 학교평가가 학교를 멍들인다 창조경제의 장애물 (임명) 교장 제도 - 교장이 아예 없으면 학교가 더 잘 돌아간다 교장이 되기까지 (교육과는 거리가 먼 여러 암수(아부와 비위 맞추기, 동료 헐뜯기 포함)와 비위(뇌물, 식사접대, 운전기사 노릇)로 올라가는 더러운 자리) |
3장. 여전히 뜨거운 감자 쉽게 풀어 쓴 공교육 시장화 전교조 20년의 과 희망이 없는 유일한 희망 B급 좌파 비판하기 참여정부와 운동권의 실패 진보교육의 슬로건 술꾼의 술꾼에 의한 술꾼을 위한 늙은 전교조의 노래 1989년 가을의 양돈장과 '자본론' 전교조와 담배 조력자의 자리 진보교육감 사용법 곽노현 교육감과의 추억 과노현의 귤, 이주호의 탱자 곽노현 교육감의 2년을 돌아보며 '자유'민주주의는 언제부터 대한민국 헌법에 등장했는가 그들(독재자와 뉴라이트)이 역사교육 강화를 주장하는 이유 오스트랄로 선생님의 추억(행동과 가르침이 달랐던, 표리부동한) 국정교과서라는 유령 - 교학사와 천재교육의 비애 역사교과서 전쟁 |
글쓴이의 말
[작자의 프롤로그가 너무 웃겨 일부를 발췌하여 싣는다, 양해 부탁드린다]
나는 교사다 나는 강남 출신이다. 그리고 1980년대에 대학(서울대 사대0독어교육과/서울대 사회교육과 박사)에 다녔다. 그 시대를 함께 살았던 사람들에게 그저 '1980년대'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의미가 전달될 만큼 특별한 시대였다. 나는 대학 4년 내내 우리 집이 부유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했고, 심지어 저주하기까지 했다. 내가 배불리 먹고, 넉넉하게 살고, 여유 있게 대학을 다닐 수 있는 것은 천만 노동자의 피눈물 나는 희생과 억압 덕분이라는 무거운 부채 의식 때문이었다. 이런 생각은 그 시절에 대학을 다녔던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해하고 공감할 것이다. (중략) 시간표가 바뀐 것을 모르고 체육복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체육 교사가 체육시간에 체육복 이외의 어떤 복장도 허용할 수 없다며 속옷을 제외한 모든 옷을 탈의하고 운동장을 뛰도록 했다. 남학교였지만 20대 젊은 여자 교사들도 많았기 때문에 서로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다. 그때 그 체육 선생의 음흉한 웃음을 잊을 수 없다. 학생의 고통을 즐기는 사람, 학생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도모하는 사람, 이런 선생들의 비열함은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 (중략) 이렇게 교사를 싫어하던 내가 어쩌다 교사가 되었을까? 대학생 때 학생운동하며 맞서 싸웠던 독점 자본의 도구가 되어 그들의 이윤을 늘리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고 다른 나라로 유학을 가자니 이 나라의 고통과 질곡을 모른 체하며 도피하는 거 같아 내키지 않았다. 운동권 학생들처럼 학력을 속이고 공장에 취업하여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에 투신할 배짱도 없었다. 교사도 현 체제 유지를 위한 이데올로기 기구의 한 부속품이라 마뜩지 않았지만 90년에 전교조가 출범했고 그냥 교사가 아니라 전교조 교사가 된다면 나름 세상을 바꾸는 운동에 헌신할 수도 있으리라는 기묘한 타협이 성립되었다. |
(아니 80년대에는 이런 사람이 많았나? 이런 부채 의식은 80억으로 몇 조에 달하는 회사를 홀랑 먹고 국민연금을 압박하여 저열한 회사와 값나가는 회사를 억지 합병시켜 우격다짐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등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수천억의 손해를 입힌 이 뭐시기 같은 놈이나 가져야 하는 건데 정작 그런 놈들은 양심이 털끝만큼도 없고 그냥 중산층 정도밖에 안 되는 필자가~ 사실 외가가 잘산다는데 외가가 삼성 이건희 쪽은 아니겠지? 참고로 작자의 성씨는 권가다.)
이 책은 학교와 교육관료가 어떻게 썩어 돌아가는지 확실히 직시할 수 있는 책으로 평범한 교사와 학부모를 포함한 일반 시민들도 일독을 권한다. 특히 '개별 단위 학교의 자율화'가 비뚤어진 인간들이 교장으로 승진하는 현 구조에서는 교장 1인 독재 체제를 의미하며 여러 가지 시설 공사를 통해 은밀하게 증거나 흔적 없이 뒷돈을 챙길 수 있는 구조임을~ 행정실장들은 인사고과를 쥐고 있는 교장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알고도 모른 척한다는 것을, 이것이 허구가 아니라 명백한 현실임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교장으로 가는 사닥다리> 발췌
교사가 교감이 되기 위해서는 승진 후보자 명단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야 하며, 그 상위권에 오른 교사들을 추려서 교감 연수를 실시하고, 교감 자격증을 준다. 그럼 승진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순서는 어떻게 산출하나?
1. 경력평정 2.근무평정 3.연구가산점의 합계
경력평정은 교사가 근무한 햇수를 의미한다. 근무평정은 근무할 때 교장으로부터 받은 평가를 의미한다. 연구가산점은 문자 ㄱ대로 우수한 연구 실적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 기준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이렇다.
"오래 연구하고, 그 근무 실적이 우수하면서 특출한 연구 성과가 있는 교사가 교감이 된다."
(->이건 정말 엉터리고 실제로 이런 사람이 교감이 되지 않는다.)
과연 그럴까? 안타깝게도 그 반대라는 것이 문제다. 먼저 경력 평정부터 살펴보자. 문구상으로는 기본15년, 초과 5년 모두 20년이 평정 대상이 된다. 그런데 두 가지 고약한 것이 있다. 바로 경력 등급과 경력 가산점이다. 경력 등급은 근무한 개월수가 같더라도 서로 다른 점수를 받는다는 뜻이다. '가'급 경력이 가장 많은 점수를 받고 나, 다 순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교사만 하다가 교감이 되는 사람보다 장학사나 연구사 좀 하다가 교감이 된 사람이 교장 승진에 필요한 '가' 경력이 더 많아서 교장 되기 더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 하다가 교감이 될 경우 교감으로 정년퇴임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많은 교사들이 장학사나 연구사가 되려고 거의 발악을 한다. 교사에서 교감이 되었다면 장학관이나 연구관이 되려고 사방팔방 전화질을 해댄다. 사실 나이가 사십이 훌쩍 넘은 교사가 장학사가 되는 것은 승진이라기보다는 거의 강임에 가까운 전직인데 그걸 마치 승진한 것처럼 여기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경력 가산점에 있다. 만약 이 가산점이 없다면 무탈하게 징계 없이 20년을 근무한 교사는 누구나 경력 점수 만점이 되어 줄세우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런저런 명목(벽촌오지 근무, 시범학교 근무, 부장교사 근무, 교사대부속학교근무, 담임교사 근무 등등)을 달아 같은 개월수 동안 근무하더라도 매달 작지만 몇 점씩의 가산점이 추가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이 중 농촌 벽촌오지 근무, 도시 지역 시범학교 근무가 가장 말썽을 일으킨다. 아무런 교육적 소신 없이 점수를 위해 벽촌에서 근무하는 교사가 그 지역에 무슨 애정을 가질 것이며 단지 승진 가산점을 위해 온갖 프로젝트를 벌여 놓고 보고서니 발표회니 정신없는 교사가 무슨 교실수업을 제대로 하겠는가? 그 시범사업이라는 것도 온갖 해괴한 것들로 교실수업과 직접적으로 관련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우습게도 음악 교사가 과학수업개선 시범팀에 점수 얻으려고 끼어들기도 한다. 그렇게 학교 단위로 떠들썩하게 난리굿해도 가산점받는 교사는 기껏 열댓 명 정도이다. 그 몇 명의 승진점수를 위해 기본교육은 무시한 채 온 학교가 들썩거리니 참으로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식으로 경력점수 만점을 채우고 다시 가산점까지 보태야 겨우 교감 승진 경쟁에 명함을 내밀 수 있다. 이렇게 주객전도가 되어 자신이 어떤 과목이나 분야에 교육전문성이 있는지는 잊어버리고 시범사업하는 학교 리스트와 그쪽 연줄 관리하는 데만 도가 트게 된다. 교감이 되기 위해 먼저 배워야 할 것이 교사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참 오묘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실제 점수 차이도 많이 나는 근무평정이 기다리고 있다. 근무평정은 문자만의 의미로는 근무를 얼마나 잘했나 평가하는 것이다. 통칭 수우미양가로 평정하며, 학교장이 전권을 가지고 있다. 근거도 결과도 공개되지 않으니 근무평정을 잘 받기 위한 정해진 규칙도 없다. 오직 교장의 자의에 의해 결정된다. 요즘은 다면평가라고 해서 몇몇 교사들이 다면평가단에 참여하여 평가하기도 하지만 그 비중은 30퍼센트에 불과하고 거기서 난 차이는 교장이 얼마든지 뒤집어 놓을 수 있다.
다만 당해 연도 근무평정 최고 점수를 누가 받느냐(속칭 '왕수')는 관례상 교무부장이 받는다거나 아니면 이 왕수 하나만 추가하면 바로 교감 나갈 수 있는 사람에게 준다는 불문율 비슷한 게 있다. 하지만 그것도 다만 관행에 불과하다. 교장이 안 주겠다고 하면 안 주는 거다.
(교장 독재체제가 얼마나 심각한 불행을 초래할 수 있는지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교장에 의해 마음대로 매겨질 수 있는 근무평정이다 보니 그것을 잘 받기 위해서는 교장의 눈에 들어야 하고 교장이 생각하기에 잘 근무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물론 서류상 학생지도 등등 세부 항목 점수가 있지만 미리 수우미 대상자 정해 놓고 세부 항목 점수는 거기에 맞춰 끼워넣는다는 거야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이야기인즉, 교장이 청소를 중시하면 수업을 전폐하고라도 매 수업시간마다 학생들에게 청소를 빡빡 시켜야 하며 교장이 행정사무를 중시하면 맨날 서류뭉치 들고 끙끙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교장 눈에 들면 부장이 된다. 부장이 되면 적어도 근무평정 두 번째 등급은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그중 누가 교무부장이 되어 최고 점수를 받는지가 정해진다. 이로써 학교 부장교사들은 기묘한 집단을 이룬다. 그들은 다른 교사보다 높은 점수를 확보한 집단이라는 우월감으로 자기들끼리 뭉치는 경우가 많다.(실제로 완전히 깡패 집단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다시 그 속에서 최고 점수를 받기 위해 교장의 총애를 다투는 치열한 암투를 벌이기도 한다. 교장이 아부를 좋아하면 아부를, 술을 좋아하면 술자리를, 노래를 좋아하면 노래방 모임을, 돈을 좋아하면 금일봉을, 고기를 좋아하면 최고급 한우를 접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란 법이 발효되었지만 그네들끼리는 이런 일이 아직도 공공연히 자행된다)
이게 교사에게 기대행 할 모습이 아님은 당연하다. 하지만 교장이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교사의 승진이 절대 권력에 얼마나 잘 보이냐에 달려 있는 상황에서는 이래야만 한다. 공개되지 않는 기준과 점수, 이것잉말로 절대 권력의 핵심 조건임을 이미 노자와 한비자가 수천 년 전에 말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교감으로 승진하고자 마음먹은 교사는 교육적 소명과 철학보다는 교장의 취향에 자신을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교장은 이런 과정을 거쳐 교장이 되었기 때문에 교실수업에 별 관심이 없다. 그런 일상적이 교육보다는 외부에 생색내기 좋은 것들, 특별한 수업, 특별한 사업이 교장의 관심사다. 따라서 교장 눈에 들려면 이런 특별한 사업에 헌신해야 한다. 불행히도 교사들의 수업시수는 이런 특별한 사업에 헌신할 만큼 널널하지 않다. 특별한 사업에 헌신하는 대가는 일상적인 정규 수업의 부실화다.
여기서 또다시 고통스러운 역설이 반복된다. 교사가 승진하려면 교사이길 포기행 한다. 교사일수록 그는 승진과 멀어지며 교사가 아닐수록 승진에 더 가까워진다. 보통 근무평정에서 왕수를 받으려면 ㄷ세 학교 거치면서 10년여에 걸쳐 다양한 교장들의 츃ㅇ에 맞춰 가며 간과 쓸개를 내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왕수만 받는다고 승진이 되는 하면 그것도 아니다. 승진병 환자라면 누구나 이만큼씩 하기 때문에 동점자가 속출한다. 따라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또 다른 장치로 연구가산점이 있다.
보통 한 학교에 시범사업 한두 개 걸친 승진병 환자는 5~10명이다. 올라갈 교감은 한 자리이므로 여전히 경쟁률이 5:1 이상이다. 뭔가 더 있어야 한다. 그게 연구점수다. 연구점수는 연수점수(15시간에 1학점), 우수한 연구실적을 올린 교사에게 연구가산점(3점)이다. 여기서 인정되는 논문은 교총이 주관해서 실시하는 연구대회 수상논문뿐이다. 한 방에 금상을 받으면 1점을 얻지만 동상이라도 받으면 십시일반으로 여러 번 쓰고 수상해서 1점을 채운다. 짜깁기는 기본이고 대신 써 주는 컨설팅업체도 성업 중이다.
나머지 2점은 대학원 점수다. 교육학 석사 1개당 1점, 박사가 2점이다. 그래서 박사까지 갈 역량이 안 되는 사람은 다른 학과로 석사 학위를 2개 따서 2점을 채운다. 유수의 대학들이 교육대학원을 서울에 유지하는 이유는 교사들의 주머니 속 여윳돈을 노리는 대학원들의 노골적인 의지의 표출에 가깝다. 이렇게 점수를 꽉 채우고 있어야 교장이 적당한 시점에서 왕수를 화룡점정으로 주어 교감연수대상자 목록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자, 교사가 교감이 되기까지 필요한 것들을 쭈욱 살펴왔다. 어떤가? 그 어디에도 학생들을 잘 가르쳤나 하는 것은 반영되지 않는다. 연구점수, 대학원은 학교 밖의 일이다. 자기 교과와 무관한 논문, 대학원에 '교육' 글자만 ㄷ르어가면 다 점수가 되니 그 연구들 참 가관이다. 근무평정은 교장 마음이다. 경력평정의 가산점은 역시 수업과 무관한 각종 프로젝트 시범사업들이다. 이런 것들을 20년 넘게 공들여 관리행 교감이 되는 것이다. 50에 교감이 되고 싶으면 30세부터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승진하려면 일찌감치 교사이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교실은? 무섭게 해서 조용히 시키고 수업 결손 내지 말고, 교실 청소나 깨끗이 하면서 사고만 안 나게 잘 관리하면 된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 저 잡다한 짓거리들을 공들여서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교사들 중에 훌륭한 사람이 교감이 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 중 교감이 되기 위해 교육을 포기한 사람이 교감이 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과연 올바른 교육적 판단을 내릴 수 있겠는가?
(중략)
지방에서 교사가 승진하려면 연줄과 선후배 간의 위계는 필수다. 조금이라도 연고가 있으면 달라붙어 형님 아우 하며 술판을 벌여야 한다. 이런 이중생활을 하니 낮에 제정신일 수 없고 수업이 귀찮을 지경이다.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은 소리 치거나 마구 두드려 패서 조용히 시키고 조금 설명한 다음 자습시키는 것이다. 승진한 이들 중에는 학생에 대한 폭력, 폭언과 윗사람에 대한 아부를 몸에 익히고 사람 가려가며 친절을 베푼다. 그러다가 교감이 된다. 달라진 건 아래에 학생이 아니라 교사가 있다는 것. 이들은 교사에게도 서슴없이 폭언을 행사한다. 실제로 '내가 어떻게 교감이 됐는데?' 하며 과거 동료교사을 우습게 여기고 굽실거림과 아부, 선물을 요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교장은 교감의 악행(여타 교사들의 불만과 모욕감)을 알면서도 원체 비슷한 부류이고 자신의 과거와 다르지 않으며 교감이 스스로 악역을 담다당하여 군기를 잡아 주는 모르는 척하고 은근히 편을 들며 그런 형세를 오히려 한술 더 떠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인간들이 교장이 된다면? 눈치 볼 상대 하나 없는 교장이 된다면? 학생이나 교사가 전혀 의미가 없고 안중에도 없고 교육청 어르신들에게만 잘 보이려고 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이런 승진 제도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제도이다.
246p. (초중등교육법 30조의 3에 의하면)교감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교무를 관리하고 학생을 교육하는 것은 교장이고 교감은 교장을 보좌하는 것으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장이 전권을 휘두르며 이를 교감과 공유하거나 일부를 할양할 의사가 전혀 없을 경우 혹은 교장에게 부득이한 사유가 생기지 않는 이상 교감은 '할 일도, 권한도 없는' 자리이다.
사실 교감이 이런 자리라는 것은 누구보다도 교감들이 더 잘 안다. 교감이 무슨 벼슬인 줄 알고 교사들에게 군림하려 들었다가 자신의 무력함을 절감한 교감들은 초보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이 교감이 되려고 애쓰는 이유는 현행 교장이 자격증제도이며 교장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반드는 교감 자격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감은 교장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 강 하는 코스요, 요식적인 절차에 불과하지 결코 어떤 교육적 이유로 소신과 사명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래서 교감들이 자조적으로 하는 말 중 하나가 "교감의 일은 교장이 되는 것이다"란 말이 있다. 교감은 교장이 되려고 노력하는 자리에 불과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교감들은 자신의 근무평정 점수를 좌우하는 교장의 충견이 될 수밖에 없다. 연세가 지긋해서 교감으로 정년퇴임할 것이 확실시되는 교감 외에는 교사들의 의견을 수합해 교장과 협의하는 교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교장이 되고 싶은 야심을 가진 교감에게는 이런 용기를 요구하는 것은 자신의 욕구에 반하는 초월적 요구라는 것이다. 교감은 교장의 확성기에 불과하다. 한국의 학교들은 수업을 하지 않는 교원 정원 1명을 교장의 확성기로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토록 용써서 교감 됐더니 교장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그러니 엉뚱한 방식으로 자신의 교감됨을 과시하여 심적 안정감을 추구하고 자신의 좌절감을 비뚤어진 방식으로 배설한다. 사소한 트집을 잡아 결재를 반려하거나 남들 앞에서 교사한테 포통을 친다거나 하면서 말이다. 그런 치졸한 교감일수록 전교조 활동가, 부유층이나 권력층 남편을 준 교사, 힘이 세 보이거나 인적 네트워크가 있을 것 같은 남교사에게는 절대 그러지 않는다. 항상 애꿎은 기간제 교사나 비교적 젊은 여교사가 그런 교감의 스트레스 해소 대상이 된다.
(후략)
이 책의 내용이 상상 속 소설이라고 생각하는가? 지금도 교육 현장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실제 상황 촌극이다.
청렴적 교육개혁은 현직 교장, 교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교원승진제도의 개선이 시급히 필요하다.
'문화(영화,공연,음악,서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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