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
조해진 - 1976년 서울 출생.
2004년<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목요일에 만나요」,
「빛의 호위 」
,
장편소설「한없이 멋진 꿈에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여름을 지나가다」
등이 있다.신동엽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백신애문학상, 형평문학상을 수상했다.
대부분의 장편소설은 목차가 있는데 이 책은 그런 게 없습니다. 주제는 입양아의 근본 없음에 대한 마음 아픔과 부모나 양부모, 위탁 부모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심리적인 치유를 다루었습니다. 미군부대와 집창촌(요즘말로 해방촌) 이야기도 곁들여 들어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아우르면서도 인물의 심리 묘사가 뛰어난 책으로 글을 읽는 동안 결말이 계속 궁금해지게 만드는 긴장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중반부 이후에 난데없이 '복희'라는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처음에는 그의 외모가 뽀얗고 백인과 한국인의 피가 섞어 백인 비슷한 이국적인 모습일 거라고 상상하며 책을 읽었는데 나중에 가서 그 외모가 전혀 상반된 것으로 묘사될 때는 빵 터지기도 했죠.
시대의식을 가지고 한번 읽어볼 만한 책으로 추천합니다.
목차는 따로 없으므로 작가의 말을 실어볼까 합니다.
한때는 '작가의 말이 불필요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그래서 과감하게 생략한 적도 있는데, 이렇게 또다시 책상 앞에 앉아서 '작가의 말'을 쓰고 있는 걸 보면 그런 쿨한 마음이 오래가지는 못했나 봅니다. (어떤 작가는 소설 그 자체보다 '작가의 말' 등으로 독자들과 소통하는 것에 더 쾌감을 느낀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므로 작가의 말을 쓰고 안 쓰고가 작가의 쿨함을 결정하는 것은 아닐 터) 일단 이 소설의 제목 '단순한 진심'은 제 10회 여성인권영화제의 표제에서 가져왔음을 밝히며, 그때 그 영화제를 준비했던 스태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제인 정 트렌카에게 감사합니다. 서른 살 무렵 서점에서 「피의 언어」를 우연히 발견하여 읽지 못했다면 저는 입양이나 입양인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이 살아왔을 것입니다. 이 작품을 쓰면서는 그녀가 쓴 「백만 명의 살아 있는 유령들-구조적 폭력, 사회적 죽음 그리고 한국의 해외입양(<여/성이론> 2010 여름호)」을 수없이 들춰 보며 제가 놓친 것과 놓칠 수도 있는 것을 점검하곤 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책 출간을 앞두고 한국문한번역원 행사에서 그녀와 마주치게 되었는데, '입양인이 아닌 사람이 입양에 대한 소설을 써도 괜찮은가?'라고 제가 조심스럽게 물었을 때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why not?'이라고 되물었죠. 이 지면을 통해 제게는 그 웃음이 큰 용기가 되었음을 전합니다. 아울러 이 소설은 김동령 감독과 박경태 감독이 공동으로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거미의 땅」과 우니 르콩트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 「여행자」에도 영향받았음을 밝힙니다. 입양이라는 제도를 둘러싼 문제들을 고민하고 기지촌의 역사를 되짚는 기록물과 기사, 논문이 없었다면 이 작품의 많은 부분은 비어 있었을 것입니다. 일일이 언급하진 못하지만 제가 읽은 그 모든 자료의 저자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오래전, 2주에 한 번씩 만나 언어교환을 하며 친구가 되었던 로사에게도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저의 무심함으로 지금 소식이 끊겼는데 어딘가에서 그녀가 이 인사를 읽어 주면 무척 기쁠 것입니다. 그녀에게서 입양 이후의 삶에 대해 들으며 고민했던 순간들이 있었기에 이 이야기를 꾸릴 수 있었다는 걸 잘 압니다. 의학적인 부분에서 기꺼이 조언을 해 주신 김윤정 님과 이현석 소설사에게도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소설은 2017넌 6월부터 9월까지 민음사가 운영하는 포스트에 일부 연재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연재 업로드를 도와준 성연주 마케터와 함께 읽어 준 독자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첫 소설집과 첫 경장편 소설에 이어 여덟 번째 책의 지지자가 되어 준 민음사에, 그리고 기꺼이 추천의 말을 얹어 준 김미정 평론가와 김현 시인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언제나 이 소설의 첫번째 독자였으며 메일과 원고를 주고받을 때마다 조언과 응원을 잊지 않은 김화진 편집자에게도 더 이상의 진심이 없을 만큼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사는 동안, 김화진의 일과 문학을 저 역시 응웒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내 일상을 자주 걱정해 주는 m과 이름의 글자 하나를 빌려 h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요 부분은 지극히 상투적이긴 하네;;) (이 부분이 중요) 이 소설은 저의 세 번째 소설집이었던 '빛의 호위'에 실린 단편 '문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문주'를 탈고했던 순간리 이 소설의 발화점은 아닙니다. 어느 날 거리를 걷다가 저를 스쳐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저 많은 사람들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는 또 어떤 생을 살게 될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저마다 다른 그들의 근원과 살아온 과정과 먼 미래를 생각하니 생명만큼 위대한 것을 없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그날, 생명이 화두인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도 시작되었습니다. 어쩌면 하나의 온전한 우주가 되지도 전에 사라진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어서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게 조금이나마 자격이 있다면, 「단순한 진심」은 이 세상 모든 생명에 바치는 저의 헌사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 저의 진심을 전합니다. 2019년 여름 조해진 |
책을 소개는 하고 싶은데 따로 목차도 없고 그렇다고 줄거리를 요약해서 실을 수도 없어 (그러면 스포일이니까)
애매하지만 '작가의 말'을 실어 놓은 제 마음을 이해해 주시길 바라고 이 책이 스테디셀러로 오랫동안 성공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길
바랍니다. (참고로 나는 작가와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이다. 다만 현상을 바라보는 이 사람의 시각과 필체가 마음에 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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